빅뱅이론(Big bang theory)과 나, 그리고 지루함 [무늬] ⇒ 2009년 이후


  하노이에 있을 때, 소연 씨가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한 TV 시리즈 『빅뱅이론』. 두 달 전에 보기 시작해서 그제 시즌 11을 끝냈다. 이야기의 중심은 칼텍에 있는 셸든(물리학 박사), 레너드(물리학 박사), 하워드(엔지니어 석사), 라지(천문학 박사)다. 셸든과 레너드가 사는 아파트 옆집으로 배우가 꿈인 페니가 이사 오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꽤 재미있게 봤다. 시즌1이 2007년에 시작됐으니 10년 넘은 장수 드라마다. 2018년, 올해 9월 시즌12가 시작된다고 한다. 한국을 떠난 날짜는 7월 3일. 지금이 8월 하순. 난 8월 하순이면 내 삶이 끝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치앙마이에서 지루하게 살고 있다. 아주 지루하게. 평화롭게.
  드라마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었다. 셸든을 보며 피터팬 같고 직설적인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셸든이 얼마나 성숙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와는 달랐다. 드라마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사람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8월 25일, 여긴 치앙마이, 파탄이라는 지역이다. 내가 있는 호텔은 무인도 같다. 얼마나 지루한 곳인가. 물론 와이파이가 약한 신호로 잡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랍으로 80바트(1바트를 30원으로 계산하면 2,400원) 정도 거리에 센트럴 페스티벌 치앙마이라는 거대한 쇼핑몰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 나라, 그것도 관광지에 와서 관광도 하지 않고 호텔에만 박혀 있는 난 오늘 또 청소가 끝나길 기다리며 수영을 하고 파라솔 아래 일광욕 의자에 누워 핸드폰으로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읽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와 블로그에 일상을 끄적거리고 있다.



덧글

  • hj 2018/08/28 17:53 # 삭제 답글

    작가들은 글쓰기를 위해서라도 이국으로 낯선 곳으로 많이들 이동하잖아요.
    '노르웨이의 숲' 작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그 작가도 그 소설을 쓸 때 그리스엔가 있었다고,
    그리고 글을 쓸 때 내내 비틀즈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들었다고 그러던데.

    지루함도 즐길 수 있을까요?
  • SHiiN 2018/08/29 14:41 #

    지루함은 충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기술 발전으로 핸드폰으로 책을 읽는 게 가능하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빈 손으로 온 내가 태국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은 거의 없을 테니까요. 태국어는 아예 모르고 영어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최근엔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을 끝내고, 이제는 위고의 『웃는 남자』를 읽고 있답니다. 『레미제라블』처럼 위고의 장편 소설은 독자의 이해를 넓혀주는 역사적 배경을 아주 지루하게 설명하고 있더군요.
    최근엔 장편 소설 한 편을 쓰기 시작했어요. 마무리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려고요. 하루키와 나를 비교해주다니 아주 고마워요. 난 이제 고작 이북 한 편을 낸 작가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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