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시] 415호 사내 [짓다] 습작과 발표

415호 사내


  415호에는 며칠 전부터 한 사내가 살고 있다. 그는 방콕에서 왔다고 했다. 방콕에서는 다낭에서 왔다고 했다. 다낭에서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한국에서 온 415호 그 사내는 치앙마이에 있다. 치앙마이에서 415호 사내는 말을 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말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415호 사내에게도 이야기가 있을 거다.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말을 하지 않지만 사내의 이야기에서는 삶과 죽음의 냄새가 난다. 415호 사내는 노트북을 켜고 자기의 이야기를 쓴다. 따딱따닥 키보드가 마치 밤거리를 걷는 발자국 같다. 그의 안경 너머에 있는 눈동자에는 사랑도, 절망도, 희망도 같은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아니 어쩌면 아무 것도 없는 것도 같아 너무나 가볍다.
  415호는 매일 새로운 타월과 침대 시트와 미네럴 워터 두 병이 배달된다. 415호에는 며칠 전부터 한 사내가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사내는 415호를 떠나 다른 곳으로 움직일 거다. 마치 아무 것도 없었던 것처럼. 단지 415호만 있었던 것처럼.


덧글

  • hj 2018/08/14 10:27 # 삭제 답글

    삶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채플린이 했다고들 하는 말인데, 나는 이 멀리서 본다는 말이 자신을 객관화하는 것이라고 봐요.
    내가 여기 있는데, 나를 보는 내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본다는 말은 제3자의 눈으로 자신을 본다는 말이겠죠.

    명상 관련책을 몇권 읽어보면 반드시 나오는 수련법이 호흡법인데,
    코든 단전이든 어느곳이든 간에 의식을 집중하고 숨을 쉬고있다는 것을 자각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 여간 힘들다고 해야하나, 지속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처음 한두번은 숨을 들이 마시고
    내뱉고 하는 호흡을 의식하지만 어느 순간 과거의 일과 현재의 일, 미래의 일로 순식간에 의식은 넘어가고 맙니다.
    저도 몇번 해봐서 알아요.

    그런데 이 호흡을 자각하는 것도 나는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명상도 결국 행복과-도를 깨우치는 것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문적으로 도를 닦는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 연결되는 행위일진대,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일을 명상의 기본으로 삼는데에는 나름 채플린의 말과 일맥상통한 듯 합니다.

    물론 가까이 다가가야 행복을 느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아이들의 재롱을 본다든지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등등.

    '415호 사내'는 자신을 마치 타인의 삶을 바라보듯 과거와 일상을 기록하고 있네요.
    삶에 묻혀 지내거나 삶에 지치거나 혹은 타인이든 세상이든 뭐든간에 내 삶이 내 삶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이 객관화는 확실히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아요.
    나와 내 공간이 어떠한지 밝게 비춰주는 것 같아요.

    나도 항상 명상의 그 어떤 경지를 체험하길 바라지만 요새는-요 몇년간은-명상을 하는 것 자체도 힘들어요.
    삶을 가까이서 직접 경험하고 있다 보니 행복과 비극-비극이라고 말 할 수는 없는 피곤-을 번갈아 가며 느끼지요.

    건강하고 명랑한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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