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있는 도시 방콕 [무늬] ⇒ 2009년 이후

G
M
T
음성 기능은 200자로 제한됨

  방콕에는 지하철이 있다. 아속역에는 안전펜스가 있고 나나역에는 없다. 아속역 슈퍼리치에서 달러를 바트로 환전했다. 그리고 바로 아속역 옆에 있는 터미널21에 갔다. 터미널21 쇼핑센터는 고급 백화점 같았다. 건너편에 있는 로빈슨에 비하면 말이다. 안경점에서 어제 고장난 안경을 수리했다. 다행히 무료로 수리해줘서 고마웠다. 어떤 곳은 비용을 받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말이다.
  3층이었던가 6층에 있었던가, 일식집에서 런치 스페셜로 사시미와 스시를 먹었다. 방콕은 베트남처럼 물을 서비스로 주지 않았다. 로빈슨에서 70퍼센트 할인으로 타월 두 개를 샀다. 그리고 박항서의 『새벽의 나나』가 궁금해서 나나역으로 갔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아직 오후 7시가 되지 않아 나나플라자는 붐비지 않았다. 바에서 맥주 한 병을 마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열차를 잘못 타서 반대 방향으로 가야했다. 다시 돌아와 아속역으로 향했다. 그랍으로 바이크를 부르고 50바트를 주었다. 어제처럼 세븐일레븐에 들러 저녁 끼니를 사서 돌아왔다. 이번엔 세탁 세제와 함께.

  인터넷 다음을 연결하니 한국에서는 노회찬의 죽음을 둘러싸고 뉴스가 생산되고 있었다. 그를 십여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다. 재수생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그는 고층 빌딩에서 추락해 죽었다고 한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29층이다. 안전펜스가 있지만 아속역처럼 어린 아이가 아닌 이상 이곳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노회찬은 부끄러움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했다. 어찌 그의 부끄러움이 나보다 더 크거나 작을 것인가.
  어디에서 읽었는지 혹은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작가는 결국 자살을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나는 변변한 작가도 아니지만 말이다. 까똑에서 한 친구는 가족들과 영국으로 4년간 출장을 간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의 결심에 큰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대단하다. 반면 내가 귀국이 아닌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건 용기 때문은 아닐 거다. 살아야 하는 일이야말로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난 오늘 또 하루를 더 살았고 방콕의 매연은 하노이와 비슷하지만 그래도 낫다. 한국은 폭염이 2주 넘게 기승이라는데 나는 다낭에서 2주 동안 매일 비가 내리는 거리를 봤고 이제 방콕은 겨우 이틀째다. 나는 평소 도시의 환경은 하수와 상수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수돗물을 끓여먹든 어떻게든 먹을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은 다르다. 하수가 정화되지 않고 길거리에 냄새를 풍긴다면 그 도시는 썩어 있는 도시다. 마치 내가 일했던 오산처럼(당시 오산시는 하수종말처리장 용량이 부족해서 하수를 그대로 국가 하천인 오산천에 방류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도시라 생각하자. 그럼 나는 과연 어떤 도시일까. 누가 나와 함께 살고 싶어하겠는가. 또 누가 나와 멀어지고 싶어하겠는가. 누가 나를 추억하거나 누가 나와 미래를 꿈꾸겠는가. 주저리주저리 블로그에 일상이란 명목으로 내 얘기를 하고 있다. 과연 누가 나를 읽을까.


 시계는 하루 두 번, 지구 시간에 정확하게 일치한다.

G
M
T
음성 기능은 200자로 제한됨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