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는 세금이 있다 [무늬] ⇒ 2009년 이후


  최근 본 영화에서 이병헌은 "꿈에는 세금이 없다"며 시적인 표현이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하면서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꿈에는 세금이 생긴다. 꿈만 아니라 절망까지도 세금이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금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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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인간은 소유와 존재를 착각하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소유에는 어떤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유에는 꿈이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나에겐 여러 꿈이 존재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평화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잔혹한 꿈까지 꾸고 있다.
  내게 있는 여러 꿈들 가운데 어떤 꿈은 실현되었으며 어떤 꿈은 아직 멀기만 하고 또 어떤 꿈은 접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 생각한다.
  어느덧 난 마흔이 넘는 생을 살아왔다. 스무살에 난 내가 마흔까지 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다른 나이대에서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내 마흔이 아닐 거라 생각했다. 내 마흔은 좀 더 특별하거나 평범할 거라 생각했다. 그래, 가장 평범한 게 좋았을 거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삶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다.
  작년, 시골집에 머물렀을 때 나는 제비가 집을 짓는 모습을 보며 저들보다는 내가 먼저 한국을 떠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제비가 먼저 한국을 떠났고 난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젠 또 다시 베트남이다. 이젠 하노이가 아니라 다낭이지만.
  내일 모레면 방콕으로 떠난다.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하지만 꿈을 꾸지 않아도 삶은 세금으로 가득하다. 당장 내야 할 세금은 살면서 내겠지만 살아 있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이유로 유예된 세금을 갚지 못할까 두렵다. 난 소로우처럼 용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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