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달, 하노이(One month, Hanoi) [무늬] ⇒ 2009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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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엣남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당신은 이곳에 얼마나 있었냐?"는 거다. 난 처음엔 하루라고 얘기했고, 그 다음엔 한 주, 어느덧 이제는 한 달이 되었다. 한 달. 길다고 하면 길지만 그건 여행이고 난 삶이니까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내가 희망하는 삶이 여행이라면 길다고 할 수도 있는 시간. 한 달.
  호텔에서 한 달 넘게 머물렀다. 이제 아파트 월세로 이동한다. 익숙해질 것 같으면 이동하는 나의 삶. 안산에서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화성으로 이동했고 화성에서 잠시 머물 거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반 년 동안 살다가 이곳 하노이로 왔다. 하노이에서 한 달. 며칠 후 한국에 간다. 겨우 옷 한 벌만 가지고 와서 나머지 짐들을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나무를 다루는 공구는 가져오지 못하겠지만 옷과 몇 가지는 가져올 수 있을 거 같다. 책은 어차피 가져오지 못하고.
 호텔은 편안하다. 와이파이가 팡팡 터진다. 잠시 바깥에 나가면 청소도 해준다. 아파트는 어떨까. 매월 1,200만 동으로 살게 될 타임시티. 그곳에서 내 삶의 무늬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혼자 만드는 무늬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무늬, 그 무늬가 좀 더 친밀해졌으면 좋겠다. 내 삶의 나이테도 예쁘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앗, 내겐 얼마 전 헬멧이 생겼다. 그랍을 이용할 때마다 빌려 쓰곤 했는데 이젠 내 헬멧이 있다. 좋은 헬멧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박수갑 형제와 헬멧을 전해 준 자매에게 감사하다. 꼭 내가 독수리 오형제처럼 비행사가 된 기분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로봇에 타서 지구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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