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오늘 저녁 내가 있는 이곳이 유배지나 섬은 아닐지 생각해봤다. 나 스스로 나를 가둬둔 것은 아닌지. 내가 나를 가둔 이유는 밀폐를 통해 생존하기 위해서는 아닐까 싶다. 나는 자유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다. 자유 없는 삶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내가 나를 스스로 가뒀다. 이곳은 자유로운 감옥이다. 아직, 2017년 12월 28일, 현재 나는 의미를 만들지도 발견하지도 못했다. 생존의 이유 같은 것 말이다. 프랭클이 말하는 '의미'는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니다. 나는 존재의 이유를 어떻게든 만들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한국에서도 하노이에서도 쉽지 않다.
그래도 여기에서는 내가 쓸모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다르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에서 내게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았다. 그리고 그 관계는 내가 끊고 싶다고 해서 끊어지는 게 아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쓸모없다고 느끼게 만들고, 나를 쓸모없다고 말한 사람은 바로 내 가족이기 때문이다.
생존의 이유, 혹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나는 재미있게 살고 싶다. 나는 슬픔이 싫다. 그렇다고 슬픈 일을 외면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는 공감하는 사람이다. 너무 많이 공감하기 때문에 슬픔은 내게 독이다. 부끄러움도 독이다. 그래서 슬픔과 멀어지고 부끄러움에서 멀어지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 나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오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도 함께 웃고 싶다.
내 삶의 이유는 웃음이다. 좀 더 많이 웃을 일을 만들어야겠다. 좀 더 건강해져야겠다. 아프면 웃음도 사라지니까. 건강한 웃음이 전염된다면 우리 삶이 더 풍요로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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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iN 2017/12/29 02:29 # 답글
꾀죄죄한 순록 2018/01/07 16:42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