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 [무늬] ⇒ 2009년 이후

<과천 경마장에서 2016년 10월-효선 누나와 함께>


  작년에도 그랬다. 독감에 걸리지 않으려고 독감 예방접종을 하면 며칠 후 감기에 걸리는 거다. 쿨럭, 기침을 한다. 근래 무리(無理)를 해서일까, 아직 스무 살 품었던 정체가 분명했던 열정이 남아서일까, 어쨌거나 감기가 금방 떨어지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감기에 걸려서도 여전히 흡연을 하고 있으니, 이놈 감기가 아직 붙어있는 거다.
  뾰족한 주사바늘에 겁이 나서는 아니고, 어쨌든 어려서 지금까지 나는 예방접종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삶 자체가 병(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예상치 않게 전염된 경우도 있으며 어떤 경우엔 내가 그 병 속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잘 극복한 경우도 있고 아직까지 병에서 헤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으며, 때론 내가 숙주라 느낄 경우도 있으니 오묘하다.
  셰익스피어가 그랬던가, 아니면 누구던가. 세상에 속일 수 없는 게 딱 두 가지 있으니 사랑과 감기라 했다. 비트겐슈타인은 그 누구도 자신을 속일 수 없다고 했고. 어쨌거나 비트겐슈타인이 옳다. 내게 있어 자신을 속일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전적으로 맞지 않지만 자신을 속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오늘도 나의 잘못을 합리화하며 부조리(不條理)를 견뎌내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내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좋은 사람이고 싶다. 그런데 나의 '좋은 사람'에 대한 무게는 너무나 무거워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니 스스로를 중력보다 더 짓누르고 있는 거다. 그러면서도 한편 나는 가볍게 날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중용은 언제나 힘들다.
  독감 예방접종은 한 번 맞고 영원히 지속되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는 항상 살기 위해 진화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난 정말, 에이쿠 쿨럭, 가볍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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