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산문] 사자 이야기


사자: 오늘 네 표정이 너무 좋아. 못 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나: 사랑을 고백했어. 그녀에게 수줍게 다가가, 하지만 용기내서 당당하게 뜨거운 내 사랑을 보여줬어.

사자: 드디어 용기를 냈구나. 축하해. 넌 이제 살아있는 것처럼 살 수 있겠구나.

나: 맞아, 난 정말 살아있는 것 같아. 그녀가 냉장고에 두고 간 맥주를 마셨더니 더 기분이 좋아.

사자: 너무 취하지는 마. 그러다 그녀에게 실수할 수도 있어.

나: 난 그녀 덕분에 나 자신을 찾은 것 같아. 딱 한 병만 마실 거야. 적당히 취할 거야. 기분 좋게. 그녀와 함께 마시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다음을 위해 미뤄둬도 되겠지.

사자: 그녀의 어떤 모습에 반한 거야?

나: 이유가 있었다면 내가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 거야. 내 삶이 달라졌어. 내 몸이 달라지고 있어. 더 이상 허기에 시달리지 않아도 돼. 그녀를 생각하면 이미 배가 불러. 웃음이 나와. 하하하.

사자: 그녀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나: 응. 맞아. 난 너무 까다로운 사람인데, 그녀는 나 그대로를 좋아한대. 정말 미치도록 좋아.

사자: 너의 사랑이 계속 되길 바라. 그런데 난 한 가지가 불안해.

나: 뭐가? 난 지금 이렇게 행복한데, 넌 뭐가 불안하다는 거지?

사자: 너의 사랑, 그녀가 혹시라도 너를 믿지 못해 떠나거나, 갑자기 병을 얻거 세상을 떠나거나, 교통사고로 저 하늘로 가버리면 넌 어떻게 할 거야? 난 네가 어떻게 될 지 그게 걱정돼.

나: 난 지금 내가 사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해.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니 정말 기적 같아. 더군다나 그녀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어. 그 사랑이 느껴져. 그녀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져서 울컥 눈물이 쏟아질 때가 많아. 물론 기분 좋은 눈물이야. 난 그녀의 사랑으로 더욱 건강해지니까. 그런데 네 말대로 그녀가 사라지면… 그건, 상상해보지도 않았어.

사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 그녀가 없는 세상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 난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이 되고 말 거야. 어쩌면 이미 그녀로 인해 의미가 충만해졌기 때문에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겠지. 그래도 좋지 않을까. 난 벌써 서른여덟이야, 이미 충분히 살았는지도 몰라. 그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어. 아마 난 죽고 말거야. 그녀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인데, 그 이유가 사라진다면 삶의 이유가 없어지니까. 뭐? 너무 죽음에 대해 쉽게 말하는 거 아니냐고? 너도 알다시피 난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야. 살아야 할 이유를 찾으며 살아왔지. 그런데 그 삶의 의미를 너무나 힘들게 찾았는데, 그녀가 사라진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살 수 있겠어. 난 지금 너무나 행복해. 그녀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 종교를 가질 수도 있어.

사자: 넌 미쳤구나.

나: 미친 게 이런 거라면 난 그래도 좋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아니고 세상이 아름다워지니까.

사자: 너의 사랑이 따듯하게 이웃에게 전달되길 바라.

나: 그럼, 난 그녀로 인해 세상이 아름다워졌는걸.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자야. 나를 웃게 만들고 기쁘게 만들고, 엄청난 존재가 되어버렸어.

사자: 네가 건강해보여서 좋아. 네가 그녀 곁에서 푹 잠을 잘 수 있길 바라.

나: 곧 그렇게 될 거야. 나와 그녀는 함께 누워 사랑을 나누고 깊고 평화로운 잠을 잘 거야. 그리고 함께 밥을 먹고, 나무가 있는 거리로 산책을 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일 거야. 그녀의 모든 게 너무나 좋아.

사자: 네가 계속 행복하길 응원할게. 힘들면 언제든지 내 집으로 와서 창문을 두드려. 힘들지 않아도 와야해. 너의 안부가 궁금할 것 같아. 이젠 너뿐 아니라 너와 그녀라고 불러야겠지.

나: 그동안 고마웠어. 난 널 또 찾아가겠지. 그때 슬픔이 아니라 기쁨으로 가득한 내 표정을 보여주고 싶어. 그랬으면 좋겠어.

사자: 그렇게 될 거야. 하쿠나마타타폴레폴레~

나: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자: 걱정마 다 잘 될 거야, 라는 주문이야. 내가 주문을 걸었으니 다 잘 될 거야. 이제 넌 행복해지기만 하면 돼.

나: 고마워, 사자씨.



덧글

  • HJ 2014/08/19 14:29 # 삭제 답글

    왠지 저도 두근 거리는데요~ㅋㅋ
  • 김태우 2014/08/19 16:38 #

    나의 두근거림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얼마 전엔 그대와 함께 보았던 오이도 낙조를 그녀와 보았다오. 두 손 꼭 잡고, 함께 걷자고 말했다오. 그러자고 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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