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트 에코의 『바우돌리노』(이현경 옮김, 열린책들, 2002)-2003.01.16 [읽다] 길을 읽다

 바우돌리노 (상) 바우돌리노 (하)

움베르트 에코의 <<바우돌리노>>(이현경 옮김, 열린책들, 2002)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에코의 문체가 얼마나 사람을 당혹케하는지. <<바우돌리노>> 역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읽는 데 있어 때로는 하루에 반쪽만 읽을 정도였으나, 에코가 한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장미의 이름>>에 비해 <<바우돌리노>>는 대중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곳곳에 모험과 추리가 뒤섞여 읽는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때문에 처음 잡았을 때는 잘 넘어가지 않던 책장이 언젠가 술술 넘어 가기 시작하더니, 결국 오늘 독파하게 되어버렸다. <<바우돌리노>>는 바우돌리노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요한 사제의 왕국을 찾아가는 모험을 시작할 때는 정말이지 오감이 모두 발동될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이다. 프리드리히 황제라는 실제 인물과 우화와 신화, 그리고 에코가 만든 가공의 인물 '바우돌리노와 그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역시 에코다!', 라고 느끼는 순간은 어느 한 지점이 아니다.

작품 내내 독자는 작가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상상력은 어느 한계를 그어놓지 않는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기괴한, 혹은 아름다운 그 모든 사물과 괴물과 여인의 모습을 생각하면 우리는 쉽게 에코의 상상력이 얼마나 끝 간 데 없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바우돌리노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언어의 천재, 상상력의 천재라고 할 수 있는 바우돌리노는 마치 작가의 분신과도 같다. 에코 역시 언어의 천재이자, 상상력의 천재이기 때문이다. 바우돌리노는 어느날 그가 갖고 있는 그 두 가지 능력으로 프리드리히의 양자가 되고 그의 교사인 오토 주교로부터 요한사제의 왕국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토사제의 요한사제의 왕국에 대해 그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는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되고,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사랑이 찾아왔음을 느낀다. 하지만 그 대상은 다름아닌 자신의 양아버지인 프리드리히의 부인이었다. 그에게 있어 이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그 자신이 베아트릭스(프리드리히의 부인)가 되어 자신(바우돌리노)에게 편지를 쓰는 방법과 정신을 환상으로 이끄는 압둘의 꿀을 맛보는 게 전부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난 당신만을 사랑했어요. 당신을 사랑하면서 당신을 원했고 당신을 원하면서 당신을 찾았지요. 당신을 찾으면서 당신을 만났고 당신을 만나면서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을 사랑하면서 당신을 열망했어요. 당신을 열망하면서 당신을 내 마음속에, 다른 그 무엇보다도 높은 곳에 당신을 올려놓았지요……. 그리고 당신의 달콤함을 음미했어요……. 내 마음이며 내 몸이며, 내 단 하나의 기쁨인 당신에게 인사를 보내요…….

 

위의 인용은 바우돌리노가 자신이 베아트릭스라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쓴 편지다. 이 편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이루지 못할 사랑에 목메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바우돌리노는 이 힘든 사랑의 열병을 겪고 난 후 여러 가지 모험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모험은 요한 사제로 떠나는 모험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공간과 시간은 우리가 예전에 들어봤음직한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상상 속에서 전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우돌리노는 다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도 동물도 아닌 존재다.

결코 바우돌리노는 현세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어떻게 짧은 글로 에코의 <<바우돌리노>>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머지는 독자의 상상력과 직접 텍스트를 대하는 인내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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