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안산에 놀러와 두고 간 책. 미뤄두었다가 어제 오늘 읽었소. 『마음을 쏘다, 활』. 道를 닦는다는 게, 나를 아름답게 만들고 가볍게 만든다는 것이 아닌가 싶었소. 너무 무겁게 쥐어서는 안되는 것, 집착하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삶의 형식들에 그 무늬에 취해있소. 아름다운 여인에 홀린 것처럼 삶은 너무나 아름답고 또한 비참하오. 서른일곱, 내 삶은 버려도 버려도 버릴 게 남아있고 씻어도 씻어도 닦을 게 남아있소. 어디서 그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디서 그 많은 때가 탔는지 모르겠소. 하나 알고 있는 게 있다면 그 모든 게 다 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오늘 서초동으로 가는 700번 버스는 만원이었소. 가득찬 버스에 자리가 없어 한 시간 내내 서서가는 사람들, 그리고 앉아있는 나. 불과 한 두 정거장 차이로 누군가는 앉아있고 누군가는 서서간다는 게 우습고, 슬퍼서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야속하기만 했소. 다만 난 생각할 거요. 나 하나만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볼 거요. 그 속에 내 행복이 담겨있으면 좋겠소. 내일은 또 비가 온다고 하는구려. 비가 내리고 나면 날은 더 추워질게요. 건강 챙기시오.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