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번 버스에서 SJM 노조원을 만나다 [무늬] ⇒ 2009년 이후

 

토요일 오후, 과외가 있어 호수마을로 가는 55번 버스에 탔다. 버스 안에서 학생에게 읽으라고 했던 『88만원세대』를 뒤척이며 가고 있는데 내 자리 옆에 한 사내가 앉았다. 난 옆 자리에 두었던 가방을 무릎 사이에 두며 그를 보았다. '금속노조'라고 작게 새겨진 조끼를 입고 있는 사내를 보니 얼마 전에 보았던 SJM 노조 사건이 생각났다. 컨택터스(Contactus)라는 용역 업체가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던 사건이다. 난 책을 접으며 사내에게 혹시 반월공단에 가느냐고 물었다. 사내는 그렇다고 했다. 나는 얼마 전에 폭력 사태에 대해 접했다고 말하며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아직도 이 시대에 용역 깡패가 대한민국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이를 감독 제지해야 할 경찰이 수수방관하는 모습이 부끄럽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검게 그을린 얼굴의 사내는 오늘로 직장 폐쇄 8일째라며 목숨 바쳐 일한 회사가 자신들에게 이렇게 대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아직 힘들지만 투쟁에 승리할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힘내라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검게 그을린 사내의 얼굴과 함께 컨택터스의 방패가 떠오른다. 2012년, 21세기 시작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고 직선제가 부활한 지 20년이 넘은 오늘. 한국의 현재는 아직도 단단하다. 단단하고 딴딴해서 피곤하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